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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최윤영 교수] 임상에서 발견한 의문, 정밀의학으로 해답을 찾다

작성자
연구기획팀
작성일시
2026.05.04 10:07
조회
27



Q. 교수님께서는 연구처에서 시행 중인 이달의 우수논문에 네 차례(’23년 10, ’24년 6, ’25년 1·6선정되셨고지난해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개척연구)에도 연이어 선정되셨습니다특히 지난해에는 정부 R&D 예산 삭감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셨는데요이번에 선정된 연구사업의 주요 내용과 소감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위암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의사이자 의사과학자로서 중개연구에 있어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외과의사의 연구자로서의 강점은 단순히 조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어떤 조직이 언제어떤 임상 맥락에서 얻어지는지를 아는 것입니다동시에 연구자로서 특정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조직이 언제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 두 가지가 한 사람 안에서 맞물릴 때 비로소 임상적 문제의식이 곧바로 연구 설계로 이어지는 시너지가 생깁니다이전부터 암 유전체 연구를 수행해 왔는데최근 VisiumHD나 Xenium 5K 같은 초고해상도 공간전사체 기술이 도입되면서 세포 수준에서 조직의 미세환경의 상호작용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이 기술적 발전이 맞물리면서 두 과제 모두 가능해진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선정된 개척연구는 십이지장과 2형 당뇨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입니다위장관 우회술이나 내시경적 십이지장 점막 절제술 후 당뇨가 호전되는 현상은 알려져 있으나그 기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외과의사로서 위절제술 후 당뇨가 좋아지는 환자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왜 십이지장에 음식이 통과하지 않으면 당뇨가 좋아지는가"라는 질문을 오래 품어왔고십이지장 줄기세포의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이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밝히고자 합니다특히 우리나라와 아시아에 많은 비만과 무관한 '마른 당뇨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접근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선정된 핵심연구(유형 C)는 조기위암에서 림프절 전이 음성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개발 연구입니다현재 림프절 전이 위험이 극히 낮은 경우 내시경으로 위암 부분만 도려내는 점막하 박리술(ESD)을 할 수 있는데이 적응증을 약간 벗어나면 모두 위절제술을 해야 합니다실제 임상에서 이런 경우 수술을 하더라도 많은 환자가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따라서 결과론적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있는 것이 됩니다이런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위절제술을 받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공간전사체 데이터와 종양미세환경 분석을 기반으로 림프절 전이 여부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자 합니다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위를 보존할 수 있는 환자의 범위가 확대되어 조기위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두 과제가 연이어 선정된 것은 감사한 일이며임상에서 느끼는 문제의식을 연구로 풀어가고자 하는 방향이 인정받은 것 같아 연구를 이어갈 동력이 됩니다.


Q. 2024년부터 천안병원 윤종혁 교수님과 함께 암 정밀의학 연구교류회를 운영하시며 개방형 세미나 개최, SCIE 논문 게재학술상 수상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셨습니다회원 모집이나 정기적인 모임 운영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학내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하실 수 있었던 비결이나 노하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임입니다천안병원 윤종혁 교수님과는 같은 위암 외과의사로서 임상에서 부딪히는 공통된 고민이 있었고각자의 환자 코호트와 데이터를 합치면 단독으로는 하기 어려운 규모의 연구가 가능해진다는 실질적인 이점이 있었습니다실제로 린치증후군 연구는 두 병원의 코호트를 합쳐야 의미 있는 환자 수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은 임상의가 중개연구에 필요한 기본 용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유전체 분석이나 공간전사체 같은 기술이 임상의에게는 낯선 영역이기 때문에먼저 공통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이후 의료원 내 공동연구 진행과 결과 공유과제 계획서 공동 작성해당 분야 전문가 초청 강연 등으로 내용을 확장해 나갔습니다모임이 직접적으로 논문이나 과제 성과로 이어지다 보니 참여하는 분들도 시간 투자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었고그것이 지속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결국 "같이 하면 혼자보다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교류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시면서 특히 보람을 느끼셨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위암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같은 병기에 같은 치료를 받았는데도 결과가 전혀 다른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최근 기적의 치료제라고까지 불리는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의 경우, PD-L1 발현이 높으면 사용할 수 있는데 모든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임상의로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왜 이 환자에겐 약이 듣지 않았는가"에 답을 줄 수 없을 때입니다.


최근 저희 연구팀이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PD-L1 양성이어서 면역항암제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의 종양에서 항원제시 기전(TAP) 결함에 의한 면역 무시(immune ignorance) 현상을 발견했습니다면역세포인 CD8+ T세포가 암세포 바로 옆까지 접근해 있는데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을 공간적으로 확인한 순간그동안 임상에서 설명되지 않았던 현상의 기전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아직 논문 게재 전이지만이 발견이 환자 선별 바이오마커로 이어져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라는 질문은 임상에서 시작되지만답은 실험실에서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지만환자에서 발견한 문제를 직접 연구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의사과학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 밖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암 연구에 있어서 유전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AI의 발전으로 대형 연구팀이나 전문 생물정보학자 없이도 이러한 데이터를 개별 연구자가 직접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분석 도구에 대한 접근 장벽은 급격히 낮아졌지만도구의 민주화가 곧 결과의 민주화는 아닙니다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어떤 조직을 어떤 타이밍에 확보할 것인지그리고 분석 결과를 임상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이런 판단은 결국 현장 경험과 도메인 지식에서 나옵니다기술이 방향을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임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그것을 직접 연구로 설계하고결과를 다시 환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쉬운 길은 아니지만후배 의사들 중에서도 이 길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지금은 도구가 충분히 갖춰진 시대이니질문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순천향대학교 안에서그리고 학교 밖의 연구자들과 함께 의미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