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NCHUNHYANG INDUSTRY-ACADEMY COOPERATION FOUNDATION
Q. 이달의 우수논문 선정되셨습니다. 최근 선정되신 논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Cross-talks between Metabolic and Translational Controls during Beige Adipocyte Differentiation
저희 실험실은 최근 베이지 지방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유전자 번역 조절과 세포 대사 조절 간의 상호 관계를 규명하여 발표하였습니다. 베이지 지방세포는 백색 지방세포 전구체로부터 분화하지만, 추위 자극과 같은 신호를 통해 에너지 소비에 특화된 갈색 지방세포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형태적, 대사적 변화가 역동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발현의 여러 단계를 통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세포 분화 연구는 주로 전사 단계에 집중되어 있었고, 번역 조절에 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전사체·번역체·단백체를 아우르는 다층적 분석을 수행하고, 다양한 검증 실험을 통해 유전자 발현의 번역 조절이 지방세포 분화와 세포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였습니다. 그 결과, 번역 과정의 미세한 조절을 통해 이루어지는 단백질 생산의 변화가 세포 대사의 정밀한 조절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동시에 대사 물질이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인자로 작용한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실험실 여건의 한계로 인해, 연구 주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운 이후에도 오랫동안 필요한 실험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광주과학기술원 조준 교수님 연구실에서 흔쾌히 협력해 주시고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고, 저희 실험실 김보선 박사과정생과 정다희 석사과정생이 긴 시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1년 이상 이어진 에디터와 리뷰어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응하며 논문을 여러 차례 수정하고 방대한 추가 실험을 수행해야 했는데도, 묵묵히 버텨주었던 학생들의 노력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공동연구에 함께해 주신 조준 교수님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학생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Q. 연구자분들 중에는 공동연구자를 탐색하고 발굴하는 것이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말씀해주시는데요, 후배 연구자분들을 위한 공동연구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사실 제가 특별히 공동연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씀드리기는 민망합니다. 다만 순천향의생명연구원에서의 경험을 돌아보면,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제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했던 과정이 매우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각 교수님들이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연구를 진행하기보다는, 우선 함께 할 수 있는 연구가 무엇인지 작은 것부터 실제로 부딪히며 확인하는 경험을 통해 서로의 역량과 관심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 주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베이지 지방세포 연구도 같은과 이민우 교수님과 여러 공동 연구가 선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장 공동연구가 시급한 부분이 없더라도, 동료 교수님들과 꾸준히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고 서로의 연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교수님이 연구하신 이력들을 보면 mRNA와 microRNA를 중점으로 연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방향 혹은 최신 연구내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제가 연구하고 있는 RNA 생물학 분야는 몇 년 전부터 RNA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습니다. 앞으로도 바이러스성 질환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서 RNA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적인 응용 연구는 제 전문 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초과학의 차원에서도 RNA의 구조적, 생화학적 특성, mRNA 번역 효율 조절, 그리고 RNA를 매개로 하는 면역 반응과 같은 주제들이 다시 주목받으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mRNA 번역 조절 연구와 같은 기초 연구도 mRNA 백신이 세포 내에서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기초 지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RNA는 지난 수십 년간 유전자 발현 조절의 중심 분자로 꾸준히 연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적 응용과 사회적 관심이 결합되면서, 학문적 성과가 실제 사회와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흥미로운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초연구가 새로운 응용과 혁신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Q. 기초연구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기초연구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명 현상의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실제로 유효하며 의미 있음을 연구를 통해 증명해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흔히 기대되는 것처럼 곧바로 질병을 고치거나 눈에 띄는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내는 ‘핑크빛 약속’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더구나 주어진 문제를 단순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중요한 질문을 찾아내고 그것을 탐구하며 풀어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성과를 얻기까지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주목을 받기 어렵고 그 중요성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지만, 저는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환경과 소양을 누려왔다는 점에서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바로 그 점이 기초과학자로서 제게 가장 큰 자긍심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