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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진단이 늦어 생존율이 낮은 대표적인 난치암이다.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이런 췌장암을 더 일찍,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는 없을까? 정밀의료 분야를 이끄는 의생명융합학과 류성호 교수를 만나보았다.
1.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총 80.75억원)’에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정되신 연구 과제의 주요 내용과 기대 효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이달의 연구자로 소개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국책사업인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중 하나로 「혈장전사체 활용 췌장암 조기진단 기술 개발」입니다. 연간 17억 원씩, 5년간 총 80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되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2차연도부터는 순천향대학교 부속병원도 본격적으로 함께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업은 순천향의생명연구원의 이미혜, 송수정, 김현택, 김우태 교수님도 공동으로 참여하시는데, 과제를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췌장암은 발병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 시에는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5년 생존율이 15.2%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암종입니다. 이에 따라 조기진단 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조기진단 방법이 부재한 실정입니다.
이번 연구는 췌장암 세포에서 혈액으로 배출되는 RNA 조각, 즉 혈장전사체(cfRNA: cell-free RNA)를 정밀하게 분석해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 암 진단 기술이 주로 cfDNA를 활용해 왔다면, 본 연구는 RNA를 기반으로 한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RNA는 DNA와 다르게, 변이와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 기반의 고도화된 분석 기술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RNA 기반 췌장암 조기진단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생존율 향상은 물론 암 진단 패러다임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우리 대학은 'AI의료융합'을 핵심 키워드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정밀의료 분야는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이기도 하고, 현재 정밀의학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정밀의료 관련 연구 동향이나, 교수님께서 중점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대학이 글로컬대학 1차에 선정된 점, 그리고 핵심 키워드를 ‘AI의료융합’으로 정한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인공지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특히 바이오의료 분야를 최우선 적용 영역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본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AI가 미래”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저는 AI는 결국 우리가 가진 질문에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답을 주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물을 것인가’,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입니다. 바이오의료는 데이터가 방대하고 복잡하며, 임상 적용 시 산업적 성과로도 연결될 수 있어 AI 활용에 가장 적합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정밀의료는 한마디로 “나에게 맞는 치료를 미리 찾아주는 의료”입니다. 두통약 선택처럼 비교적 단순한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고가의 항암제(예: 폐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약가 약 1억 원)의 효과가 환자별로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치료 전에 ‘나에게 맞는가’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환자의 유전적·환경적·생활습관적 특성을 고려해 진단과 치료를 최적화하는 접근을 의미합니다.
저 역시 이러한 정밀의료 연구를 수행 중이며, 특히 혈장전사체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진단 및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순천향대는 4개 부속병원과 우수한 임상 교수진 덕분에 다양한 임상 샘플 확보에 강점이 있어, 이러한 연구에서 다른 대학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정밀의료 분야는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와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우리 대학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 국가바이오위원회 위원 및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생명·의료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최근 어떤 정책 이슈를 다루고 계시며, 이러한 활동이 대학의 연구 및 재정지원 사업과는 어떤 접점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운이 좋게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생명·의료전문위원회 위원장직입니다. 많은 분들이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이 위원회는 국가 R&D 예산, 그 중에서도 약 30조 원 규모의 과학기술 예산을 기획하고 심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제가 맡고 있는 바이오의료 분야는 매년 과기부, 복지부, 산업부 등 여러 부처가 제안하는 예산을 심의해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국가바이오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도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 이 위원회는 바이오산업 육성과 바이오헬스 기술개발, 생명윤리·안전 관리 등 전반적인 정책 조정을 담당하는 정부의 최고 위원회입니다. 그리고 제가 국가바이오위원회와 바이오의료분야 예산심의를 참여하고 있다 보니, 국가의 바이오의료분야 R&D 투자 방향이나 로드맵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대학이 준비하는 바이오의료 분야 사업들에 대해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다양한 외부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시게 된 계기나 철학이 있으시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또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대학에 처음 부임해 수행한 과제가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이었고, 당시에는 연 8천만 원씩 3년간 연구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이후 개인기초연구비는 크게 확대되어, 현재는 중견연구자의 경우 연 2억~4억 원 규모로 최대 5년간 지원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선정률은 약 10% 내외로, 연구비 수급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반면, 국가의 R&D 예산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편성되기 때문입니다.
정부 R&D 예산은 ‘수월성 중심 분배’와 ‘균형발전적 배분’이라는 철학 사이에서 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공약에 비추어 볼 때 후자에 무게를 둔 정책 변화가 예상됩니다. 연구자가 연구만 하는 시대를 넘어서, 연구 환경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직접 연구비 편성과 심의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정부 위원회 활동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정책과 연구라는 두 영역을 병행하다 보면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함께 고민해주시는 동료들과 조용히 뒷받침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순천향의생명연구원 교수님들, 4개 병원 임상 교수님들, 의과대학과 본교의 여러 교수님, 그리고 늘 묵묵히 행정을 맡아주시는 구성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구원 설립부터 이끌어주신 이사장님과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총장님께도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